모로코 마라케시는 도착하는 순간부터 여행자의 모든 감각을 깨우는 도시였다. 공항을 나와 시내로 향하는 길, 붉은 흙으로 지어진 건물들과 야자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연상시켰다. 마라케시 특유의 붉은 색감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그림처럼 만들었고, 이국적 분위기가 여행심을 더욱 자극했다.
첫 일정은 제마 엘프나 광장. 광장에 들어선 순간 공기 속에 섞인 향신료 냄새,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 거리 공연자들의 북소리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눈앞에 펼쳐진 혼잡함은 낯설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뱀을 다루는 사람, 헤나 문신을 해주는 여성들, 신기한 과일과 향신료를 파는 노점까지 볼거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도시의 리듬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골목을 따라 이어지는 수크(시장) 구경은 또 다른 재미였다. 좁은 통로를 따라 가죽 제품, 램프, 카펫, 도자기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상인들은 미소를 띠고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걸었고, 흥정하는 과정도 마라케시 여행의 일부였다. 어느 가게에서는 전통 민트티를 내주며 쉬어가라며 권하기도 했는데, 달콤한 향과 신선한 민트 향이 피곤함을 잊게 해줬다.
오후에는 바히아 궁전을 방문했다. 화려한 타일과 나무 조각들, 햇살이 들어오는 정원은 도시의 화려한 과거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궁전 곳곳을 걸으며 건축의 정교함에 감탄했고, 마치 다른 시대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해 질 무렵 루프톱 식당에서 저녁을 즐기며 광장을 내려다본 순간이 이날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노을 아래에서 붉게 물든 도시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그리고 따뜻한 바람까지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마라케시만의 매혹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