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따뜻한 나라에서 쉬다 오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그 이상의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후끈한 열기와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동시에 느껴졌고, 낯설면서도 묘하게 기분 좋은 설렘이 밀려왔다.
첫날은 호치민 중심가를 천천히 걷기로 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에는 오토바이가 끊임없이 오가고, 군데군데 길거리 음식 냄새가 섞여 도시 특유의 활기를 만들었다. 걸음을 멈추고 작은 노점에서 반미를 하나 샀는데, 바삭한 바게트와 향긋한 고수,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소스가 어우러져 한입 먹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 순간 “아, 이 나라 음식은 정말 믿고 먹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둘째 날에는 조금 더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강 주변을 산책했다. 현지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조깅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 실제 생활 속으로 들어온 느낌을 주었다. 근처 카페에서 연유커피를 주문해 마셨는데, 달콤하면서도 강렬한 맛이 이 나라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여행 후반부에는 다낭으로 이동해 바다를 만났다. 호치민의 복잡함과는 완전히 다른, 조용하고 여유로운 도시였다. 파도가 잔잔하게 밀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걷다 보니 마음속 잡다한 생각들이 하나둘 정리되는 듯했다. 해 질 녘 하늘이 붉게 물드는 풍경은 사진으로는 절대 담지 못할 만큼 아름다웠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여행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베트남은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그 나름의 리듬과 온도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언젠가 다시 방문해 이번에 못 가본 도시들까지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